
방병상(1970년생)의 네 번에 걸친 개인전은 모두 도시 대중의 일상에 대한 탐구였다. 그는 몸이 맞닿는 거리에서조차 상호 고립된 도시인들의 시선을 포착하기도 했고, 꽃무늬 복장을 한 도시 여성들이 무심코 드러내는 성적인 요소를 클로즈업하기도 했다. 도시 대중들이 무의식적으로 드러내는 타인에 대한 철저한 무관심, 그리고 자신만을 향하는 집착을 도심의 거리에서 혹은 한강 고수부지에서 카메라를 통해 응시하기도 했다. 도시의 산보객인 작가는 도시 군중들이 주변에 초연한 채 오직 자신의 대상에만 몰두하는 양상들을 독창적인 이산(離散) 구조 속에 담았다. 그러니까 방병상은 19세기 후반, 엥겔스가 ‘영국 노동자 계급의 위치’에서 지적한 도시 군중의 자폐적인 소외현상을 급격한 도시화의 모순을 경험하고 있는 지금, 이곳에서 현대적 감수성을 지닌 카메라 앵글로 담아내고 있는 셈이다.
 하얀 곰 인형 같은 한 아이가 뭐에 수가 틀어졌는지 우유팩을 곁에 두고 공원의 바닥만을 응시하고, 엄마는 쭈그리고 앉아 입술이 뾰로통한 아이를 달래본다. 우측에서는 한 엄마가 아이를 자전거에 태운 채 지나고 있고, 그 곁을 지나는 청바지 차림의 아가씨는 휴대폰에 열중하고 있다. 그녀의 뒤를 따르는 한 무리의 사람들은 거의 몸이 닿아 있지만 타인들에게 예외 없이 무심하며, 오직 자신에게만 전념하고 있다. 그리하여 화면 속에 있는 모든 사람은 정면 건물 뒤편에서 솟아오르는 검은 연기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듯하다. 주변과 타인에 대한 도시 군중의 이 잔인한 무관심, 서로 근접하면 할수록 자신의 사적인 관심사에만 철저하게 고립되는 자폐성을 방병상의 스냅사진은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연신내’를 통해 시각화한다. 서로가 저를 홍보하지만 어느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 뒷면으로 보이는 현수막의 거꾸로 된 문구처럼, 도시 군중 모두는 타인의 관심을 기대하지만 서로의 관심 밖에 벗어나 있다. 아마 이것이 정면 건물의 상호명인 ‘서구식 WESTERN’ 예의범절인지, 혹은 서구식 현대화가 빚어낸 인간 소외인지 구분하기는 어렵지만 말이다. 방병상은 거의 언제나 주변부에 위치한 사소한 대상을 사진제목으로 삼아 그의 사진을 일종의 숨은 그림 찾기의 이미지로 만드는 경향이 있다. 건물 뒤편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제목으로 강조함으로써, “중심에서 주변부 방향으로 이미지를 읽는 방식을 탈피해 관객들에게 역으로 주변부에서 중심으로” 향하게 하는 이미지 해독방식을 강요한다. 그리하여 도시공간의 하찮은 세부에도 주의를 기울이게 만든다. 이 낯선 제목 붙이기를 통해 우리가 늘 호흡하는 이 도시 공간, 우리가 항시 거니는 이 도시의 거리를 찬찬히 들여다보게 만든다. 도시 대중에 만연된 소외와 고독을 새롭게 인식케 한다.
『경향신문』 2007년 3월 17일 게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