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선의 공모전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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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봉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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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소년항공사>는 1941년에 개최된 제8회 ‘전조선사진전람회’에서 특선을 받은 사진의 또 다른 컷이다. 일본 군모를 쓴 소년들이 모형비행기를 갖고 노는 모습을 석양의 실루엣으로 처리한 사진들 중의 하나다. 당시 회령에는 항공부대가 주둔하고 있었고, 그 부대장은 정도선이 주도한 ‘회령사우회’의 일원이었음으로 <소년항공사>는 비행장 근처의 일본군 자녀들을 찍었을 가능성이 크다. 공모전 특선작과 마찬가지로 이 사진 역시 구도, 장면포착, 실루엣 노출 등 무엇 하나 흠잡을 데 없는 작품이다. 널찍하게 펼치진 저녁하늘과 소년들의 비행기는 의미론적으로도 상쾌하게 들어맞는다. “그림같이 곱게만 찍고, 그보다 더 아름답게 찍어야 되는 것”이라는 정도선의 유미주의에 전적으로 부합하는 사진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진미학은 1940년대의 역사적 현실을 비춰보면 거친 현실을 호도하고, 세계의 부조리를 미화하는 허위의식으로 나타난다. 당시 일본 제국주의는 세계정복의 꿈에 숨을 헐떡이고 있었고, 조선을 중일전쟁과 태평양전쟁을 수행하기 위한 인력수급과 병참기지로 만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의 사진은 하늘을 날고 싶은 소년들의 순진한 꿈으로만 해석될 수 없다. 오히려 군모를 쓴 <소년비행사>들은 가미가제 특공대를 만들 군국주의의 망령을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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